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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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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정체성과
차별
신분증이 만드는 차별
지정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마주하는 차별 중 하나가 바로 남과 여로 성별이 표기된 신분증과 주민등록번호입니다. 202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가기관에 의해 이루어진 가장 최근의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조사입니다.
이 조사는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는 상황에서 일상적 용무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트랜스젠더 응답자 885명 중, 15.5%(137명)이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을 포기했다고 답했습니다. 7.1%(63명)이 ‘보험 가입 및 상담’을 포기했고, 6.7%(59명)이 ‘증명서 발급’을 포기했습니다. ‘선거 투표 참여’를 포기한 경우도 3.2%(28명)이었습니다.11 단지 신분증의 성별과 성별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보험, 은행, 핸드폰 가입 등 필수적인 업무를 보지 못하는 것이 트랜스젠더가 마주하는 현실입니다.
11 홍성수 외. 2026.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차별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126.
2020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억하실 겁니다. 모두가 힘들었을 시기였지만 특히 트랜스젠더의 경우 신분증 제시를 꺼려 공적 마스크 구매를 포기하거나,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신분증이 만든 차별이었습니다.12
12 한겨레. 2021. 11. 19. 「‘트랜스젠더라서’ 코로나 이후 병원 가기도 마스크 사기도 더 어려워졌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019964.html
학교와 직장
많은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정체성을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인식합니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들이 평균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 나이는 만 12세였습니다.13 그리고 이렇게 정체성을 인식한 트랜스젠더 청소년에게 성별에 따라 분리된 학교는 또 다른 차별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13 김승섭 외. 2018. 『오롯한 당신』. 숨쉬는 책공장. 40.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응답자 584명 중 92.3%인 539명이 성소수자 관련 성교육 부재,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등 힘들었던 경험이 한 가지 이상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67.0%는 중고등학교 수업 중 교사가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도 응답했습니다.14 학교에서 받는 차별 경험은 결국 학업 포기로 이어집니다. 서울신문의 「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에 따르면 15~18세 청소년 트랜스젠더 중 21.2%가 학업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15 조사가 진행된 2021년 전체 중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 0.8%에 비교하면 약 27배 높은 수치입니다.16
14 홍성수 외. 2020.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보고서. 199-200.
15 서울신문.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2021년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transyouth/content.html
16 교육부. 2022 「2022년 교육기본통계」.
직장은 어떨까요.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469명 중 268명(57.1%)이 성별 정체성과 관련하여 구직 포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17 법적 성별이 드러나고 이로 인하여 차별을 받을까 하는 우려에서입니다. 실제로 구직 과정에서 이러한 차별을 겪기도 합니다.
17 홍성수 외. 2020. 앞의 보고서. 208.
“제가 여중 나왔거든요. 근데 특히 바이오 쪽은 초등학교부터 쓰라고 하더라고요. 도저히 이건 지원을 할 수가 없어서 아예 생각도 안 했고. 그래서 외국계 회사 위주로 해서 처음부터 주민번호를 안 물어보는 곳이나 아니면 이제 서류라고 하더라도 제가 좀 커스터마이징을 해서. (…)
4학년 2학기 중간에 한 6~7군데를 붙었는데, 어쨌든 급여를 받아야 되니까 신분증을 내밀어야 되잖아요. 신분증을 드렸더니, 분명 최종 합격을 했다고 했는데 다시 다 취소를 시키시더라고요.”18
(32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남성)18 홍성수 외. 2026. 앞의 보고서. 158.
어렵게 직장에 들어가도 또 그 안에서 차별을 마주합니다.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9%가 직장에서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 남녀가 구분된 회사 내 공간으로 인한 어려움을, 14.1%가 남녀가 구분된 복장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습니다. 26.6%는 직장에서 용모와 말투 등이 남자/여자답지 못하다고 반복적으로 지적당하고, 8%는 본인의 성별 정체성을 동의없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성희롱 또는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19
19 홍성수 외. 2020. 앞의 보고서. 213.
문제는 이러한 차별과 괴롭힘을 겪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날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나 어려움을 겪은 사람의 93.9%가 “참거나 묵인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성별, 노동, 의료, 악순환의 고리
신분증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과 그로 인한 노동의 어려움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듭니다.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이 다를 때, 특히 겉으로 보이는 성별과 신분증 상의 성별이 다를 때 많은 트랜스젠더가 차별을 피하기 위해 구직을 포기하거나, 신분증을 보지 않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일자리를 구합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상용직 비율, 최장 근속기간은 다른 동성애자나 양성애자에 비해서도 낮았습니다.20
20 홍성수 외. 2020. 앞의 보고서. 160.
이러한 차별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법적 성별을 정정해서 성별정체성과 신분증 상의 성별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법원에서는 법적 성별정정을 위해 성확정수술을 받을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현재 성확정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요구됩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수술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남과 여 외에 제3의 성별로의 정정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서 법적 성별정정을 완료한 사람은 전체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6.9%에 불과했습니다.2121 홍성수 외. 2020. 앞의 보고서. 133.
이렇게 차별의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신분증 상의 성별과 성별정체성이 불일치해서 구직을 포기하거나 불안정한 노동상태에 놓이고,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수천만 원의 성확정수술을 받지 못하며, 수술을 받지 못해 법적 성별정정을 하지 못해 다시 차별을 받습니다. 많은 트랜스젠더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의 고통을 겪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고리를 끊어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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