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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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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위한 키워드

지정성별, 성별정체성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지정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용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지정성별(gender assigned at birth)은 ‘출생 시 지정성별’의 준말로, 사람이 태어나면서 법적으로 정해지는 성별을 말합니다. 흔히 사람의 성별은 태어나면서 자동적으로 정해진다고 생각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령 한국에서는 사람이 태어나면 우선 의사, 한의사, 조산사가 출생을 확인하고 출생증명서를 발급해 줍니다. 출생증명서에는 성별을 적도록 하고 있는데, ‘남’ ‘여’ 외에도 ‘불상’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태어났을 때 신체특징으로 성별을 바로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1이 있기 때문입니다.

1    이러한 사람을 인터섹스(intersex)라 부르며,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의 1.7%가 인터섹스로 태어난다 합니다. Sax, L. 2002. “How Common Is Intersex? A Response to Anne Fausto-Sterling.” Journal of Sex Research 39(3): 174-178. 
이렇게 발급된 출생증명서를 갖고 부모는 관공서에 출생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제출해야 하는 출생신고서에는 ‘남’과 ‘여’ 중 하나의 성별만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성별을 둘 중 하나로 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출생신고가 끝나면 뒷자리가 1과 2 또는 3과 4로 나누어진 주민등록번호가 발급되고, 비로소 신생아는 사회에서 권리와 의무를 지닌 ‘인간’으로 대우받습니다. 이렇게 신고를 통해 부여된 성별이 ‘지정성별’입니다.




많은 사람은 자신의 지정성별에 큰 의문을 갖지 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성장하면서 점차 자신의 지정성별이 스스로가 느끼는 성별에 대한 감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령, 나는 법적으로는 남성이지만 다른 남자아이들과 다르다고 느낀다든지, 여자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편하다든지 하는 내면의 감각, ‘나는 이런 성별의 사람’이라는 감각을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이라고 부릅니다. 미국 심리학회는 성별정체성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성별정체성은 자신의 성별에 대한 심리적 감각으로 성별의 한 구성요소이다. 많은 사람들은 성별정체성을 소년, 남성, 소녀, 여성, 또는 그 밖의 성별이라는 깊은 느낌, 내적인 감각으로 서술하며, 이는 출생 시에 정해지는 성별, 일차 또는 이차 성징과 일치하거나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성별정체성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며 오직 트랜스젠더만의 특성이 아니다.”2

2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Style and Grammar Guidelines / bias-free-language / gender. apastyle.apa.org/style-grammar-guidelines/bias-free-language/gender 
미국 심리학회의 설명처럼 성별정체성은 오직 트랜스젠더만 갖는 개념이 아닙니다.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내가 무슨 성별인지는 그냥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고유한 성별정체성이 있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성별정체성이 지정성별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다른 성별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면서 사회적으로 차별받고는 합니다. 트랜스젠더는 그렇게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트랜스젠더의 다양성
세상의 모든 여성이 동일한 외모와 성격, 신체적인 특징, 옷차림을 하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남성이 동일한 개성을 갖지는 않습니다. 트랜스젠더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드러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100명의 트랜스젠더가 있으면 100가지의 외모와 행동 양식이 있고,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자신의 지정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지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많은 오해 중에 하나가 트랜스젠더는 모두 외과적인 수술을 받았거나 받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술의 필요성이나 자신의 신체에 대해 느끼는 감각 역시 트랜스젠더마다 다릅니다. 트랜스젠더 중에는 수술을 통해 신체적 특징을 바꾼 사람도 있습니다. 수술은 받지 않고 호르몬요법 등 몇 가지 의료적인 조치만을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아예 어떠한 의료적 조치도 받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트랜스젠더입니다. 그렇기에 수술 여부나 외모, 신체 특징 등만을 가지고 어떤 사람이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한편 트랜스젠더 안에서도 자신을 어떠한 성별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용어가 있습니다. 가령 지정성별은 여성이나 성별정체성은 남성인 사람을 트랜스젠더 남성 또는 트랜스남성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지정성별은 남성이나 성별정체성은 여성인 사람을 트랜스젠더 여성 또는 트랜스여성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에는 트랜스남성을 FTM(female to male), 트랜스여성을 MTF(male to female)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FTM와 MTF는 원래 의료계에서 트랜스젠더가 성별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었는지 표시하기 위해 만든 말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점차적으로는 점차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모든 트랜스젠더가 반드시 남성 또는 여성, 이렇게 둘 중 하나로만 자신의 성별을 인식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다른 성별로 정체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령 남성과 여성의 중간인 중성으로 인식하거나, 성별 구분이 없는 무성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가 아닌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는 사람을 논바이너리(non-binary) 트랜스젠더라고 합니다. 젠더퀴어(genderqueer)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의 당사자 커뮤니티에서는 젠더퀴어를 트랜스젠더와는 다른 독자적인 범주로 보고, 이를 포괄하는 의미에서 ‘트랜스젠더퀴어’라는 용어도 사용합니다.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

종종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성 동성애자들은 모두 화장을 하고 여성스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거나, 트랜스여성이 남성과 교제하기 위해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꾸었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념적으로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는 구분되는 집단입니다.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성별정체성(sexual identity)과 다른 개념으로서 성적지향(sexual orientation)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적지향은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 등 자신이 어떠한 사람에게 성적이나 감정적으로 깊게 끌리는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즉, 성적지향은 ‘어떠한 성별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가’라면, 성별정체성은 ‘자신을 어떠한 성별로 인식하는가’입니다. 그렇기에 지정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도 다양한 성적지향을 갖습니다. 반대로 성적지향이 동성애인 사람 중에 트랜스젠더인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가령 지정성별은 여성이지만 성별정체성은 남성이면서 다른 남성에게 성적이나 감정적으로 끌림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사람은 트랜스젠더 남성이면서 게이입니다. 반대로 마찬가지로 성별정체성은 남성이지만 여성에게 끌림을 느낀다면, 트랜스젠더 남성 이성애자입니다.




트랜지션

트랜지션(transition)은 트랜스젠더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입니다. 트랜지션은 트랜스젠더가 외모, 복장 등 모습이나 성역할 등 사회적 관계를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게 바꾸어 나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가령, 형·오빠로 불리던 트랜스여성이 커밍아웃 후 호칭을 누나·언니로 정정하거나, 머리를 기르고 화장을 하거나, 호르몬요법 등 의료적 조치를 받는 것 등을 말합니다.




크게 나누면 사회적인 관계를 변경하는 사회적 트랜지션(social transition)과 성확정 의료를 받는
의료적 트랜지션(medical transition)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앞서 트랜스젠더의 다양성에서 이야기했듯이 트랜지션 역시도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외적인 모습을 굳이 변경하지 않아도 호칭 등 사회적 관계를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게 변경하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한편, 외과적 수술을 받아 신체적인 특징을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개명을 하고 법적 성별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개인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디까지 트랜지션을 할지는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의 불일치로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 사회적인 관계, 건강상태,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다릅니다. 따라서 트랜지션의 유무, 정도를 이유로 어떤 사람이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트랜지션은 어디까지나 트랜스젠더가 살아가면서 하는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