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트랜스젠더
인권을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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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확정
의료

개별적, 하지만 필요한 의료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모든 트랜스젠더가 성확정수술과 같은 의료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있어 호르몬요법, 성확정수술과 같은 성별확정의료(gender affirming care)는 말 그대로 사람을 살리는 의료입니다. 2025년 트랜스젠더 844명의 생활·건강 현황을 조사한 「트랜스젠더 코호트 구축 및 건강 추적관찰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6%가 자살을 시도한 적 있다고 답했는데, 이 중 69.3%가 성별확정의료 전에만 자살 시도를 했다고 답했습니다. 성별확정의료를 받고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약 70%가 자살충동이 해소된 것입니다.27
27    한국일보. 2025. 1. 20. 「“성별확정의료 뒤 극단 충동 세배 줄어”···844명 트랜스젠더 연구 결과 나왔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901220000473
이러한 결과는 성별확정의료로 트랜스젠더가 겪는 ‘성별불쾌감(gender dysphoria)’을 해소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별불쾌감은 개인의 성별정체성과 신체적인 감각이 불일치할 때 오는 고통을 말합니다.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의 불쾌감을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별확정의료로 신체적인 특징을 변경하는 것이 이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외국에서 성별확정의료를 받은 트랜스젠더를 관찰한 28개 논문을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1,833명의 트랜스젠더 중 80%가 성별확정의료를 받고 성별불쾌감이 감소하고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8
28    Murad, Mohammad Hassan, et al. 2010. “Hormonal Therapy and Sex Reassignment: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Quality of Life and Psychosocial Outcomes.” Clinical Endocrinology 72(2): 216.


성별확정의료의 과정

그렇다면 성별확정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크게 나누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호르몬요법, 성확정수술이 있습니다. 외과적 수술의 경우 생식기를 제거하고 다른 성별의 생식기를 형성하는 성확정수술 외에도 가슴 절제·확대, 안면윤곽 성형수술, 음성 여성화 수술 등 다양한 수술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수술이 트랜스젠더에게 필수도 아니며, 특정한 단계를 밟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학회 세계트랜스젠더건강전문가협회(WPATH)에서는 정기적으로 건강관리실무표준이라는 트랜스젠더 의료에 대한 표준 지침을 발간합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8판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성별확정 개입은 여러 가지입니다. 사춘기억제, 호르몬치료, 성별확정수술 등이 있지요. 한 가지 접근법을 모두에게 적용할 수는 없으며, 성별을 긍정하기 위해서 이런 조치를 전부 또는 일부만 받거나 아예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29
29    WPATH. 2022. 『트랜스젠더·성별다양성이 있는 사람을 위한 건강관리실무표준 제8판』. 한국어 번역본: https://kalm.kr/54/?bmode=view&idx=148725251



접근하기 어려운 성별확정의료

누군가에게 필수적이고, 말 그대로 ‘사람을 살리는 의료’임에도 한국에서 성별확정의료를 받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트랜스젠더 친화적인 의료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의대에서는 정규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이 성별확정의료를 하는 방법을 몰라서 트랜스젠더가 내원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일은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두드러지며, 심지어 어떤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본인이 외국 논문을 가지고 의사를 가르쳐서 호르몬요법을 받았다는 경험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비용의 문제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성별확정의료는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호르몬요법의 경우는 월 몇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수술은 몇백 만 원에서 많게는 몇천 만 원의 비용이 듭니다.

2017년 271명의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성기제거수술은 평균 300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부성기형성수술의 경우는 더 높아서 트랜스젠더 여성은 평균 약 1,500만 원을, 트랜스젠더 남성은 약 2,000만 원을 지출합니다.30 현재는 물가 상승으로 이보다 비용이 올랐겠지요.
30    김승섭 외. 2018. 앞의 책. 148.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43개 국가에서 성확정수술을 공적보험으로 지원해주고 있었습니다. 일본도 후생노동성이 2018년부터 보험 적용을 결정해 성확정수술을 위해서는 본인부담금 30%만 부과하면 됩니다.31 이제는 성별확정의료를 공적인 의료체계에 포함시키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31    박한희. 2018. 「트랜스젠더 트랜지션 의료의 건강보험 보장에 대한 소고」. 『공익과 인권』. 212-221.


성별확정의료를 받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연구에 따르면 성별확정의료를 통한 의료적 트랜지션을 하고 후회하는 트랜스젠더는 1% 미만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후회하는 주된 이유는 트랜지션 후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심각한 차별과 사회적 압박을 받아서입니다.32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모든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모습으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32    Davies, Skye, Stephen McIntyre, and Craig Rypma. 2019. “Detransition Rates in a National UK Gender Identity Clinic.” 3rd Biennial EPATH Conference Inside Matters: On Law, Ethics and Religion. 118; Dhejne, C., K. Oberg, S. Arver, and M. Landén. 2014. “An Analysis of All Applications for Sex Reassignment Surgery in Sweden, 1960-2010: Prevalence, Incidence, and Regret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43: 1535-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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