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트랜스젠더
인권을
말하기
4
군대
트랜스젠더와 병역
현재 「병역법」에 따라 법적으로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젠더는 모두 병역 의무를 부여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해 군대를 면제받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수술없이 성별정정을 허가하면 군 기피 수단이 될 수 있어서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러한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군대를 면제받으려고 트랜스젠더라고 거짓말을 해서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로서 살아가면서 겪는 각종 차별을 감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실제로 2010년대 중반 병무청이 엄벌 기조를 내세워 호르몬요법을 받고 군대 면제를 받은 사람들을 병역기피자라며 마구잡이로 고발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따른 치료임이 인정되었고, 실제 처벌된 사례는 없었습니다.40
40 뉴스1. 2015. 7. 11. 「10년만에 병역면제 ‘트랜스젠더’에 병역법 위반 ‘무죄’」. https://www.news1.kr/society/court-prosecution/2323777
그렇다면 실제 트랜스젠더의 병역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먼저 트랜스젠더 여성의 경우는 국방부령 「병역판정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라 신체등급 판정이 이루어집니다.41 2024년 이전까지는 성별불일치 진단을 받고 트랜스젠더로 인정이 된다면 5급 면제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국방부는 갑자기 기준을 바꾸어 6개월 이상의 호르몬요법 등을 하지 않으면 4급 처분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트랜스젠더의 구체적인 삶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현재 이를 다투는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42
41 병역판정신체검사에 따른 신체등급은 1~7급으로 나뉘는데, 1~3급은 현역으로 군복무, 4급은 보충역으로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합니다. 5급은 군복무 없이 민방위교육만 받고 6급은 민방위교육까지 면제되며 7급은 재검사입니다. 이 중 군복무를 면제받는 5급과 완전 병역면제인 6급을 합쳐서 보통 군면제라 부릅니다.
42 한겨레. 2026. 4. 20. 「[단독] 이미 여성으로 살고 있는데…법원 “호르몬 치료해야 군면제”」.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54940.html
한편 트랜스젠더 남성은 남성으로 법적 성별정정을 한 후에 설령 본인이 복무를 원하더라도 군 복무를 할 수 없습니다. 「병역법 시행규칙」이 ‘성전환자 남성’은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남성만의 공간인 군대가 ‘어떠한 남성’만을 인정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트랜스젠더와 직업군인
법에 따라 부과되는 병역의무가 아닌 본인이 자원해서 부사관이나 장교로 군복무를 하는 건 어떨까요? 대표적으로 고 변희수 하사의 사례가 있습니다. 변희수 하사는 복무 중에 성확정수술을 받고 성별정정 신청까지 마친 상황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계속 군인으로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군은 결국 강제전역 조치를 했고, 변희수 하사는 순직 이후에야 재판을 통해 강제전역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정부 하에서 미국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쫓아내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는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변희수 하사의 복직을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태국 등 21개 국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43 이들 국가의 상황에 대한 연구에서도 트랜스젠더의 군복무가 부대의 사기나 결속력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44 어떻게 하면 군인으로 소임을 다하고자 했던 변희수 하사가 겪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변희수 하사 전역처분 취소 판결 이후 국방부는 국방연구원을 통해 ‘성전환자의 군 복무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연구결과를 돌연 비공개하여 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합니다. 국방부는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43 국가인권위원회 2020. 12. 14.자 20진정0056500 결정.
44 이문원 외. 2021.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관한 연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제6회 공익·인권 분야 연구 결과 보고서. 112-118.
트랜스젠더가 안전한 군대
이처럼 트랜스젠더와 군대를 둘러싼 상황은 한쪽에서는 병역판정 기준을 바꾸어 법적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병역 의무를 지우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계속적인 복무를 원하는 군인을 트랜스젠더라며 내쭃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의 해결을 위해서는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고 존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입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병역의무를 받는 것이 부당한 이유는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복무 시에 겪는 차별과 괴롭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 군인으로서의 트랜스젠더를 포용해야 하는 이유는 여성 직업군인도 있는 상황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현재 군에는 트랜스젠더의 복무와 관련한 어떠한 지침도 없다는 점입니다.45 그렇게 공백의 상태에서 트랜스젠더를 병역기피자로 보고 어떻게든 군대로 보내거나 또는 군에서 내쫓는 상황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복무를 한 응답자 105명 중 44.7%가 관심사병 분류, 성폭력, 강제전역 요구 등의 차별을 겪었습니다.46 이제는 트랜스젠더와 군대를 둘러싼 문제의 근본적인 지점을 돌아보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입니다.
45 현재 국방부훈령 「부대관리훈령」은 동성애자의 군복무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으나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마저도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사고예방의 일환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46 홍성수 외. 2020. 앞의 보고서. 223.
다음 페이지
지난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