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트랜스
젠더의
친구가
되기






2
할 수
있는 일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긴 한데, 제가 뭐라고 나서기엔⋯’ 하고 망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활동가도 아니고, 트랜스젠더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소수의 큰 행동보다, 평범한 다수의 작은 행동이 거듭될 때 바뀝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온라인, 관계, 기부의 세 영역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일
최근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 인터넷, 특히 SNS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 응답자 중 97.1%가 인터넷을 통해 혐오표현을 접했다고 답했습니다.62 반대로 이야기하면 온라인 공간에서의 변화로 트랜스 혐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62    홍성수 외. 2020. 앞의 보고서. 239.


허위정보 퍼뜨리지 않기

트랜스젠더에 대한 자극적인 글이 타임라인에 떴을 때 가장 좋은 대응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건 잘못된 말이다’라며 인용해서 반박하는 순간 알고리즘은 그 글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허위정보 대응 전문가들은 맞서 싸울수록 더 커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대신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혐오 게시물은 인용 없이 신고하고 스크롤을 내립니다. 캡처해서 이런 말이 떠돈다고 공유하는 것 역시 확산에 기여합니다. 반박이 꼭 필요할 때는 상대의 말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가령 ‘트랜스젠더는 위험하지 않다’(X)라고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트랜스젠더도 평범한 이웃’(O)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거짓 정보를 접한 사람에게는 짧게 사실 관계를 정정합니다. 길게 설득하려 하기보다 ‘이 통계는 사실과 다르더라고요’ 라고 짚어주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를 더 눈에 띄게 하기
혐오가 많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조금만 힘을 보태어도 균형이 달라집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쓴 글, 인터뷰, 책, 다큐멘터리를 발견하면 링크를 공유하고, ‘좋아요’를 눌러줍니다. 알고리즘을 타기 위해서는 이것이 가장 확실한 신호입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팔로우합니다. 피드에 한 달에 몇 번이라도 트랜스젠더 관련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뜨는 것만으로 시야가 달라집니다.

본인이 쓰는 글 또는 댓글에서 트랜스젠더를 ‘우리의 친구, 이웃, 동료’로 언급합니다.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주변 사람이 커밍아웃했을 때
언젠가 가족, 친구, 동료가 ‘사실 난 트랜스젠더야’ 하고 말할 날이 올 수 있습니다. 당사자에게 이 순간은 오랫동안 상상하거나 준비해왔을 중요한 순간입니다. 이때는 이렇게 하면 좋습니다. 


커밍아웃을 들었을 때
원칙은 단순합니다. 말해준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는 잠시 뒤로 미뤄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사자에게 필요한 말은 간결합니다.

“말해줘서 고마워”
“나는 네 편이야”
“앞으로 어떻게 불러줄까?”

반대로 하지 않는 것이 좋은 말도 있습니다. ‘확실해?’ ‘언제부터 그랬어?’ ‘한때 그럴 수도 있어’ 같은 말은 당사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고민의 수렁에 빠지게 만듭니다. ‘나는 이해가 잘 안 되는데⋯’로 이어지는 긴 이야기도 지금은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커밍아웃을 듣고 궁금한 점이나 혼란이 생길 수는 있지만 이 부분은 다른 상담 자리나 지지자 모임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습니다.


커밍아웃 이후에
커밍아웃은 한 번의 이벤트이지만 이후에 당사자와는 계속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트랜스젠더와 소통하기」에서 이야기한, 새 이름과 호칭을 꾸준히 사용하고 옛 이름과 사진을 다른 사람 앞에서 꺼내지 않는 것은 기본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단순한 지지를 넘어 트랜지션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같이 찾고 병원에 동행해 주며 더욱 깊은 관계를 쌓을 수 있습니다. 


축하의 순간
호르몬요법 등 의료적 트랜지션을 하거나, 개명, 법적 성별정정과 같이 트랜스젠더의 삶에는 이정표가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결혼이나 승진을 축하하듯이 이런 순간도 함께 기뻐하는 문화가 자리잡을수록 트랜지션은 ‘숨겨야 할 일’이 아니라 ‘축하받는 일’이 됩니다. 당사자에게는 카드 한 장, 작은 케이크 하나도 오래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됩니다.


후원을 통해 동참하기
지금 당장 여력을 많이 내기는 어렵지만 응원의 마음은 보태고 싶다면 후원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이어지면 단체와 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후원하기
한국에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성소수자 전반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있으며, 대부분 시민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매달 1~3만 원의 정기후원만으로도 상담 전화 한 통, 법률 지원 한 건이 가능해집니다. 일회성 후원보다 정기후원이 훨씬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현재 한국의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 목록은 [부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 함께하기
매년 전국 여러 도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립니다. 부스행사나 퍼레이드에 참여해도 좋고,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러 응원하고 와도 됩니다. 3월 31일 트랜스젠더가시화의날, 5월 17일 성소수자평등의날, 11월 20일 트랜스젠더추모의날을 맞아서도 여러 행사가 열리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행사 정보는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이나 다른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실천이 만드는 변화
한 사람이 하는 한 번의 행동은 작아 보입니다. 그러나 혐오 게시물 하나를 덜 보이게 하고, 좋은 콘텐츠 하나를 더 공유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네 편이야’ 한마디를 건네고, 매달 작은 금액을 후원하는 일이 꾸준히 이어질 때 사회의 기본값이 바뀝니다.지금 이 자리에서 각자의 실천이 모여 트랜스젠더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나의 친구’가 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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