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트랜스젠더
인권을
말하기







7
가족

트랜스젠더와 혼인



가족을 이루고 유지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기본적 권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며, 필요하다면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것은 누군가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트랜스젠더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관계를 맺고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존재이며, 이러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법제도에서 트랜스젠더는 자유롭게 혼인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법적인 성별과 상대방의 성별이 다르다면 혼인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법적 성별이 같다면, 가령 법적 성별정정을 마친 트랜스젠더 여성이 다른 여성과 혼인을 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합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어 있지 않아서입니다.

또한 트랜스젠더가 혼인을 하면 성별정정이 불가능해집니다. 대법원은 2011년 혼인 중인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불허가했습니다. 혼인 중에 성별을 바꾸면 동성혼이 되고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동성혼이 된다는 이유로 이미 혼인을 한 사람에게 성별정정하려면 이혼을 하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호주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인권 침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59
59    UN Human Rights Committee. 2017. G. v. Australia. CCPR/C/119/D/2172/2012. 2017. 3. 17.




트랜스젠더와 자녀

한편 트랜스젠더가 자녀를 낳은 이후에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트랜지션을 하거나 배우자와의 동의 하에 자녀를 낳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양이나 보조생식기술 등을 통해 부모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트랜스젠더 부모에게서 태어나거나 자라는 자녀가 불행할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대법원은 2011년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에는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2008년 미국에서 91명의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둔 트랜스젠더의 88.1%가 자녀에게 커밍아웃했고, 그 중 60.5%가 관계가 ‘매우 긍정적 내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라고 답하였습니다.60 불행해진 경우는 부모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직업을 잃었을 때였습니다.
60    Erich, Stephen, et al. 2008. “Family Relationships and Their Correlations With Transsexual Well-Being.” Journal of GLBT Family Studies 4(4): 419-432.
그렇기에 2022년 대법원은 입장을 바꿔서 미성년 자녀가 있더라도 자녀와의 관계 등 구체적인 경우를 따져서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인 어머니, 여성인 아버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인간의 존재는 이를 가리키는 언어에 앞서며 언어를 넘어선다 (…) 여성인 아버지나 남성인 어머니라는 말이 기존 언어의 용례에서 볼 때 낯설고 모순적으로 보일지라도 성전환자와 그 자녀가 갖고 있는
부모자녀로서의 지위와 권리를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함부로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61


61    대법원 2022. 11. 24.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

이 말처럼 성별이분법적인 언어를 넘어 트랜스젠더가 누군가의 배우자가 되고 부모가 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의 가족이 불행하리라는 주장에 대해
트랜스젠더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거나 결혼 후에 트랜지션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트랜지션을 하는 것이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혼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의 신뢰와 동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이며, 중요한 정보의 공유 여부는 개별 관계의 맥락 속에서 판단되어야 합니다. 실제로는 서로의 정체성과 상황을 이해하고 합의한 관계도 많으며, 이후의 관계도 여러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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