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트랜스
젠더의
친구가
되기







1
트랜스젠더와
처음 소통하기

주변에 트랜스젠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먼저 이러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응원하고 싶지만 혹시 잘못된 말로 상처를 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지 잘 모르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은 그 자체로 이미 좋은 출발입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몰라서 한 실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는 시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출발하여 트랜스젠더와 친구가 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 호칭
한국어는 성별에 따라 호칭이 달라집니다. 형·오빠·누나·언니, 아주머니·아저씨, 사장님·사모님처럼 누구를 부르든 성별을 먼저 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에게 호칭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럼 트랜스젠더를 만났을 때 호칭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장 쉬운 방법은 성별에 무관한 이름이나 직함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민수 씨’ ‘김 선생님’ ‘과장님’처럼요. 트랜스젠더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결례가 되지 않는 호칭입니다. 만일 상대의 성별을 알아야 하는 자리라면 먼저 자신의 성별과 호칭을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어떻게 불러드리는 게 편하실까요?”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만나자마자 성별을 묻는 행위 자체를 트랜스젠더인지 묻는 것으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로 당사자는 늘 긴장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별을 묻는 것이 자연스러운 자리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모든 참석자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호칭을 함께 밝히고 누구나 호칭을 묻고 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트랜스젠더 당사자만 잘못 불릴 위험도 줄어듭니다.


실수를 했을 때의 대처
결론적으로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의 새 호칭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처음 만난 사이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실수한 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입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활동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방법은 분명합니다. 짧게 사과하고, 바로 고쳐서 말하고, 이후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비슷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주변에 개명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가끔 그 사람의 옛 이름을 부르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아래와 같이 대처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트랜스젠더에 대한 대처도 비슷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지영 씨가 어제⋯ 아, 미안해요. 지민 씨가 어제 회의에서요⋯”
—    변경된 호칭을 짧게 정정하고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고마워요. 다시 말할게요. 지민 씨가요⋯”
—    다른 사람이 지적해줬을 때

“아까 제가 옛 이름으로 불렀네요.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    나중에 알아차렸을 때

이렇게 짧은 메시지 한 줄로도 충분합니다.

반대로 길게 사과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자꾸 헷갈려서요, 요즘 이런 게 너무 어려워서⋯’와 같이 사과가 길어지면 상대방도 사과를 받아들이기 위해 신경써야 합니다. 결국 대화의 중심이 ‘내 실수’가 타당한지로 넘어가고 정작 당사자는 더 불편해집니다. 그렇기에 짧고 분명하게 사과하고 다음번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피하면 좋은 표현들
좋은 의도로 한 말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입니다:


칭찬처럼 들리지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
“진짜 여자 같아요. 티가 하나도 안 나요”
—    ‘진짜’가 따로 있다는 전제가 깔린 말입니다.

“정말 용감하시네요”
—    자기 모습대로 사는 것이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어버린 사회가 문제이지, 그것이 그 사람의 특별한 자질은 아닙니다.

“○○ 씨는 트랜스젠더인데도 참 평범하시네요”
—    ‘트랜스젠더는 평범하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는 질문
상대가 양해하지 않은 이상 수술은 했는지, 호르몬요법은 하고 있는지, 성기는 어떻게 생겼는지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성기가 어떻게 생겼나요?’라고 묻지 않듯이, 트랜스젠더에게도 이러한 질문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거의 이름이나 트랜지션 이전의 모습이 어땠는지 또는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는 것 역시 큰 결례입니다. 당사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묻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면 안 되는 일, 아우팅(outing)
아우팅은 본인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누군가의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알리는 일입니다. 아우팅은 직장에서의 불이익, 가족과의 단절, 폭력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폭로가 된 이상 사과를 한다고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커밍아웃을 했다면 그것은 나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 신뢰를 지키면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람 간의 약속입니다.


트랜스젠더를 만나기 위한 실천
내 곁에도 트랜스젠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일상에서 작은 행동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당사자에게 힘이 되고, 추후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실천들을 해볼 수 있습니다.

—    당사자가 알려준 이름과 호칭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이전 이름을 알더라도, 그 이름은 더 이상 그 사람의 이름이 아닙니다.

—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를 외모로 짐작하지 않습니다. 트랜스젠더의 모습은 백 명이면 백 가지입니다. 어떤 자리든 트랜스젠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고릅니다.

—    성별을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구분하지 않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안녕하세요’ 대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같은 자연스러운 표현을 씁니다.

—    트랜스젠더에 관한 농담이나 비하 발언이 들리면, 가능한 범위에서 가볍게라도 짚어줍니다. ‘저는 그 말이 좀 불편해요’ 정도의 말이면 충분합니다. 같은 자리에 트랜스젠더가 있을 수 있고, 없더라도 그 자리의 분위기를 바꾸는 작은 변화가 됩니다.

—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쓴 글이나 책, 인터뷰를 찾아 읽습니다. 가장 정확한 이야기는 당사자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
완벽하게 알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완벽한 말’보다 ‘배워가려는 마음과 꾸준한 태도’가 트랜스젠더 당사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한 번의 실수보다 두 번째에는 다르게 하려는 노력이 의미가 큽니다.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도 안전한 자리,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 트랜스젠더의 친구가 되는 첫 걸음입니다.


다음 페이지 


지난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