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트랜스젠더
인권을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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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트랜스젠더 청소년



트랜스젠더 청소년 이야기를 들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아직 어린데, 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어떡하지?” “혹시 이게 요즘 유행 같은 건 아닐까?” 자녀나 학생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걱정이기도 한데, 그 자체로 나쁜 생각은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걱정이 트랜스젠더 청소년에게 “너의 말은 아직 들을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로 전해진다면 문제가 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가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처음 ‘인식’한 평균 나이는 만 13.1세였고,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평균 나이는 만 14.5세였습니다.51 인식과 인정 사이에 평균 1.4년의 시차가 있다는 건 많은 청소년이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난 뒤에도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시간은 잠깐의 혼란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일찍 알아버렸지만 너무 오래 혼자 견뎌야 했던 시간입니다.
51    홍성수 외. 2026. 앞의 보고서. 210.




물론 모든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같은 속도와 방식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다양한 과정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가는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그것을 ‘일시적인 혼란’이라고 치부하기보다 먼저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성별에 따라 분리된 학교 공간
한국 중고등학교의 일과는 대부분 성별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복과 체육복, 출석부 번호, 수학여행과 수련회의 방 배정, 졸업앨범의 자리 배치, 화장실과 탈의실까지, 남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세세한 구분 앞에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매일 교복을 입고 탈의실에 들어가거나 자리 배정을 받을 때마다 자신을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학교 환경에서 차별과 괴롭힘을 받기도 합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서 청소년 응답자의 71.1%가 ‘교사로부터 편견이나 혐오에 기댄 표현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52 더 무거운 사실은 이런 표현을 경험한 학생들 중 약 90%가 그 자리에서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 안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통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52    홍성수 외. 2026. 앞의 보고서. 247.
학교가 청소년에게 정보 자원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점 역시 같은 조사에서 뚜렷이 드러납니다. 청소년 응답자 가운데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학교 교사 및 상담사로부터 정보를 얻었다’고 답한 비율은 단 2.4%에 불과했습니다. 대다수 청소년은 학교가 아닌 SNS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을 이해할 언어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물론 학교 안에서 변화의 가능성도 보입니다. 같은 실태조사에서 학교에 성소수자 관련 요청을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학교가 일부 또는 전부 요청대로 실행해주었다’고 답했습니다. 작더라도 청소년이 먼저 말을 꺼냈을 때 학교가 함께 움직여준 경험들이 분명히 있다는 뜻입니다. 교사 한 사람이 학생의 호칭을 존중해주는 것이나 탈의실 사용에 대한 작은 합의를 함께 고민해주는 것, 혹은 수학여행 방 배정에서 한 걸음 더 생각해주는 것과 같은 작은 재량과 배려가 학교를 학교답게 만듭니다.


가정 폭력과 탈가정
대부분의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가장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곳은 가정입니다. 그러나 가정이 가장 큰 벽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서 부모가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을 알고 있다고 답한 청소년 응답자 가운데 부모가 ‘전적으로 지지해준다’고 답한 비율은 2.4%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부모가 자신의 정체성을 ‘반대하거나 무시한다’고 답한 비율은 45%에 달했습니다.53
53    홍성수 외. 2026. 앞의 보고서. 214.
대화를 시도해도 회피당하는 일,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일,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의 옷차림과 행동을 강요당하는 일,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당하거나 심한 경우 집에서 내쫓거나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는 협박까지, 가정 내 폭력은 다양합니다.

이렇게 가족이 안전하지 않을 때, 청소년은 가정을 떠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또 한 번 밀려납니다.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이 2021년 발표한 「청소년 성소수자 탈가정 경험과 고민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젠더퀴어 청소년 응답자의 47.4%가 ‘성별정체성 때문에 쉼터에 입소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54 대부분의 쉼터가 남녀로 공간을 분리해 운영하다 보니 법적 성별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어느 쪽에도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들어간다 해도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숨긴 채 생활해야 합니다.
54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2021. 『청소년 성소수자 탈가정 경험과 고민 기초조사 보고서』.


포괄적 성교육

이처럼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을 없애기 위해 국제사회가 권장하는 방향은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 모델입니다. 유네스코가 2009년 처음 발간하고 2018년 개정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는 포괄적 성교육을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지적·정서적·신체적·사회적 측면을 연령에 맞게 아우르는 교육과정”으로 정의합니다.55
55    UNESCO. 2018. International Technical Guidance on Sexuality Education: An Evidence-Informed Approach (Revised Edition).
여기에는 몸과 건강에 관한 정보를 포함해서 존중에 기반한 관계 맺기, 동의와 경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정보에 대한 학습 과정이 포함됩니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교육이 청소년의 임신·성병 예방, 데이트 폭력 감소, 타인에 대한 존중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을 여러 연구로 확인해왔습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현행 성교육을 개정해 “임신, 성매개감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같은 주제를 연령에 맞게 다룰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했습니다.56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2021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학교의 복장 규정과 시설 이용 규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며 같은 방향의 변화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57 이제는 모든 청소년이 살아가는 데 포용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56    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 2019. Concluding Observations on the Combined Fifth and Sixth Periodic Reports of the Republic of Korea. CRC/C/KOR/CO/5-6.
57     Human Rights Watch. 2021. “I Thought of Myself as Defective”: Neglecting the Rights of LGBT Youth in South Korean Scho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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