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트랜스젠더
이해하기
3
트랜스젠더의
인권
용어를 안다는 것
언제나 존재한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때는 1960년대입니다.5 하지만 그 이전에 지정성별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전 세계 여러 문화권에는 역사적으로 이러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이 존재합니다. 5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서구 성과학에서 동성애와 트랜스젠더는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 성과학자들은 지정성별과 다른 성별표현을 하는 이들을 트랜스베스타잇(transvestite)이라고 불렀습니다. 이후 1950년대에는 의료적 트랜지션을 마친 이를 구분하기 위해 트랜스섹슈얼(transsexual)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에 이르면 트랜스젠더리즘(transgenderism)이라는 용어도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영미권에서는 지정성별과 성별정체성이 다른 이를 가리켜 흔히 트랜스섹슈얼로 불렀으며, 1990년대 이후로는 트랜스젠더라는 용어가 더욱 대중화되었습니다. 스트라이커, 수잔. 2016. 『트랜스젠더의 역사』. 제이·루인 옮김. 이매진.
가령, 북미 원주민들 사이에는 남성임에도 여성의 역할을 수행하거나 남성과 여성 모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두 개의 영혼을 가진 사람(Two-Spirit People)이라고 불렀습니다.6
6 Pruden, Harlan, and Se-ah-dom Edmo. 2016. Two-Spirit People: Sex, Gender & Sexuality in Historic and Contemporary Native America. National Congress of American Indians Policy Research Center.
아시아 문화권에서 역시 인도의 히즈라(hijras), 파키스탄의 카와자시라(khawaja sira), 태국의 까터이(kathoey)7 등과 같이 출생 시 지정성별과 다른 성별로 자신을 표현하거나 남/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 왔습니다.
7 이동윤. 2010. 「제3의 성으로서 태국의 까터이」. 『한국태국학회논총』 16(2): 153-181.
한국의 경우 별도의 용어는 없으나, 삼국유사에 본래 여자로 태어나야 할 아이가 남자로 태어나는 바람에 비단 주머니 차기를 좋아하고, 궁녀들과 어울리며 여자와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기록된 신라의 혜공왕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존재한 트랜스젠더는 현재 얼마나 있을까요? 각국 통계를 살펴보면 대략 전체 인구의 0.5% ~ 1.0%가 트랜스젠더로 추정됩니다. 가령 영국 국가통계청은 2021년 인구총조사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 인구를 조사했는데 16세 이상 응답자의 0.5%가 자신의 지정 성별과 성별정체성이 다르다고 응답했습니다.8 한국 인구의 0.5%는 약 25만명입니다. 한 중소도시의 인구 수준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많은 트랜스젠더가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8 UK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Gender Identity, England and Wales: Census 2021. https://www.ons.gov.uk/peoplepopulationandcommunity/culturalidentity/genderidentity/bulletins/genderidentityenglandandwales/census2021
트랜스젠더는 인간 다양성의 한 부분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 제10판을 내면서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시켰습니다. 공식적으로 동성애가 질병이 아님을 선언한 이 날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IDHOBI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Inter&Biphobia)로, 한국 성소수자 운동에서는 ‘517성소수자평등의날’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30여년 뒤인 2019년,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질병분류 제11판에서 트랜스젠더 정체성 역시 질병이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인격 및 행태 장애의 하위 범주로 성전환증(Transsexualism), 성주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가 있었으나, 국제질병분류 제11판은 성건강 관련 상태라는 범주 아래 성별불일치(Gender Incongruence)라는 진단명을 두었습니다.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닌 여러 다양한 상태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동성애에 비해 뒤늦게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질병에서 제외된 것은 많은 국가에서 의사에게 정신과 진단을 받아야 트랜스젠더가 성확정수술을 받거나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신과 진단을 필수로 받게 하는 것이 또 다른 낙인과 혐오를 만든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정신 질환이 아니라는 현대적 의학 지식을 반영하여 위와 같은 결정을 했습니다.9 트랜스젠더는 더 이상 잘못되거나 치료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인간 존재의 하나라는 것이 의학계의 공인된 견해입니다.
9 WHO. Gender Incongruence and Transgender Health in the ICD. https://www.who.int/standards/classifications/frequently-asked-questions/gender-incongruence-and-transgender-health-in-the-i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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