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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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와 공정성, 인권

트랜스젠더와 스포츠와 관련하여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트랜스젠더가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스포츠의 공정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흔한 전제는 ‘생물학적 조건이 같아야 공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전제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여성 안에서도 선수들의 신체 조건은 크게 다릅니다. 키는 150cm부터 200cm 가까이까지 분포하고 근육량, 폐활량, 팔다리 길이, 관절 가동범위, 근섬유의 구성이 모두 다릅니다. 어떤 선수는 유전적으로 지구력 종목에 유리한 몸을 타고났고, 어떤 선수는 폭발적인 순발력에 유리한 몸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국가에 따라 경제력에 따라 훈련 환경도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차이를 두고 특정 여성의 출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호르몬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테스토스테론이 많으면 남성, 적으면 여성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경계가 그렇게 선명하지 않습니다. 2014년 국가대표급의 남녀 선수 693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선수의 약 14%가 이른바 ‘여성 평균 범위’보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보였고 남성 선수의 약 17%는 ‘남성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47 테스토스테론 단 하나로 남자와 여자를 가를 수 있다는 전제는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습니다.
47    Healy, M. L., J. Gibney, C. Pentecost, M. J. Wheeler, and P. H. Sonksen. 2014. “Endocrine Profiles in 693 Elite Athletes in the Postcompetition Setting.” Clinical Endocrinology 81(2): 294-305.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능력에 대해서도 아직 연구가 필요합니다. 2026년 브라질에서 6,485명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 52건을 분석, 트랜스여성과 다른 여성의 신체 구성 및 체력 차이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여성은 비트랜스여성에 비해 상하체 근력과 최대 산소 소비량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48
48    Mendes Sieczkowska, S., B. Caruso Mazzolani, D. Reis Coimbra, et al. 2026. “Body Composition and Physical Fitness in Transgender Versus Cisgender Individuals: A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60: 198-210.
한편, 스포츠에서 공정성은 무조건 최고의 가치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고 차별없이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역시 중요한 가치입니다.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스포츠 인권 헌장’을 12년 만에 개정하면서 성별과 성적지향에 상관없이 모두가 스포츠권을 누릴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체계를 권고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와 스포츠를 둘러싼 논쟁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스포츠에서 지켜져야 할 인권적 가치가 무엇인지입니다.





스포츠와 젠더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를 둘러싼 논쟁에서 종종 여성 스포츠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여성 스포츠를 지킨다는 이름으로 한 성별검사는 몰래 들어온 남성을 거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살아온 여성들에게 느닷없이 ‘너는 진짜 여자가 아닐지 모른다’는 판결을 내려 왔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 인도의 두티 찬드와 같은 선수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선수들은 세계 무대에서 갑자기 의심의 대상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몸에 어떤 특수한 조건이 있는지 모르고 여성으로 살아왔습니다. 여성의 몸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 이들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징벌로 돌아왔습니다.

나아가 특별한 의료적 조건이 전혀 없는 여성 선수들도 같은 공격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미국의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평생 남자로 태어났다는 허위 주장에 시달렸습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주목받은 미국 럭비 선수 일로나 마허는 “너는 남자 같다” “스테로이드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다고 SNS 영상을 통해 하소연하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이 선수들은 트랜스젠더도 아니고, 인터섹스라고 밝혀진 적도 없습니다. 그냥 ‘여성’이라기에는 역량이 탁월했거나 외모적으로 강해 보였을 뿐입니다.

영국의 의학사 연구자 바네사 헤기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서 성별 검사는 결국 여자 스포츠의 상한선을 긋는 효과를 내고 너무 잘하는 여자 선수에게 어느 순간 너의 몸이 너무 남성적이라는 판결을 내린다고 비판했습니다.49 남자 선수에게는 이런 상한선이 없습니다. 남성 선수가 자연적으로 호르몬 수치가 높거나 체격이 큰 것은 재능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비슷한 조건의 여자 선수에게는 ‘진짜 여자가 맞느냐’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49    Heggie, Vanessa. 2010. “Testing Sex and Gender in Sports; Reinventing, Reimagining and Reconstructing Histories.” Endeavour 34(4): 157-163.


트랜스젠더와 생활 스포츠

트랜스젠더와 스포츠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는 곳은 주로 올림픽이나 프로시합 등 엘리트 스포츠 영역입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생활 스포츠 참여 현실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스포츠는 동네 체육관, 학교 운동장, 회사 점심시간 풋살, 주말 동호회를 통해 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에게 스포츠는 메달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팀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자기 몸을 긍정하는 법을 배우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트랜스젠더는 이러한 생활 스포츠 참여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갖기 어렵습니다. 동네 체육센터를 다니더라도 탈의실이나 샤워 시설의 문제를 마주합니다. 마라톤 등 생활 스포츠 종목은 남녀 성별을 등록해야 하고 성별에 따라 다른 표식을 하기도 합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사회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스포츠를 즐길 동료들을 만나기란 어렵습니다.

특히 학교를 다니는 트랜스젠더 청소년에게 스포츠 참여가 갖는 의미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큽니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학교의 체육복 하나, 탈의실 하나부터 고통스러운 벽에 부딪힙니다. 스포츠에서 배제될 때 이들이 잃는 것은 메달이 아니라, 또래와 함께 어울릴 공간 그 자체입니다. 여러 해외 연구들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이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우울과 자해의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다는 점을 보여줍니다.50 또한 스포츠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대부분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스포츠가 자신에게 어떤 공간이었는지에 대해서 건강, 재미, 또래와의 연결, 성별 긍정이라는 키워드로 연결지어 설명합니다. 그만큼 신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에게 중요한 경험입니다.
50    LaRocca, D., Thomas, S. L., Li, K., & Brooks-Russell, A. 2023. “Team Sports Participation, Depression, and Suicidal Ideation in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and Questioning Adolescents.” Psychology in the Schools 60(5): 164–1679.
하지만 트랜스젠더 배제적인 스포츠 관행에 관한 해외 소식이 무분별하게 전파되면서 학교 체육이나 생활 스포츠에서까지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번지곤 합니다. 공정성을 논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전방위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논의만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배제가 아니라, 더 섬세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정책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여성부 출전 선수 전원에게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의심이 가는 사람만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 선수라면 누구나 자기 몸을 증명해야 출전할 수 있는 체제입니다. 이로 인해 배제되는 것은 트랜스젠더만이 아닌 평균을 벗어난 여성들입니다. 다만 IOC의 이러한 정책은 오직 올림픽에 적용되는 것이며 생활체육이나 취미 수준의 스포츠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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