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트랜스젠더
인권을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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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화장실의 권리
우리는 외출을 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화장실을 이용합니다. 그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화장실은 누구나 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화장실과 같은 시설을 이용할 권리는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2015년 유엔 총회가 채택한 「안전한 식수와 위생시설 인권 결의안」은 이렇게 말합니다.
“위생시설 인권은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보안이 지켜지고, 사회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며, 프라이버시를 제공하고 존엄성을 보장하는 위생시설에 물리적이고 정당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33
33 UN General Assembly. 2016. The Human Rights to Safe Drinking Water and Sanitation. Resolution adopted by the General Assembly on 17 December 2015. UN Doc. A/RES/70/169. 2016. 2. 22.
화장실 이용에서의 차별
그럼에도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화장실 이용을 거부당하거나 화장실 이용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은 밖에 나가기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많은 트랜스젠더가 겪는 일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응답자 885명 중 29.8%(216명)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음료를 마시지 않거나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응답했습니다. 24.3%(213명)이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을 받을까봐 화장실 이용을 포기했고, 8.4%(74명)은 화장실 이용을 실제 제지당하였습니다.34 학교에서 화장실을 가지 않기 위해 물을 아예 안 먹거나 소풍 등 야외 행사를 포기하는 트랜스젠더 학생들도 있습니다.
34 홍성수 외. 2026. 앞의 보고서. 136-137.
“한국에서 가장 힘든 건 화장실 사용이죠.
일단 여자 화장실을 가려고 하면 “어머, 어머” 이러고, 그냥 눈 딱 감고 가면 상관이 없는데, 안에 있다가 밖에서 사람 소리가 나면 문을 열고 다시 나갈 용기가 안 나요.
한참 기다리고 앉아 있다가 사람 소리 안 나면 슥 나가고 그래요. 그런 게 가장 어렵죠.”
(20대 트랜스젠더 남성)35
35 김승섭 외. 2018. 앞의 책. 92.
이런 이야기는 트랜스젠더들의 흔한 경험인 한편, 오로지 트랜스젠더만이 겪는 일도 아닙니다.
머리 짧은 여성이나 머리 기른 남성처럼 성별 전형의 모습이 아닌 사람들도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불편한 시선을 받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될수록 트랜스젠더는 화장실 이용을 피하고, 나아가서는 공공장소에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2013년 미국의 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의 21.5%가 화장실 문제로 공공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36
36 Herman, Jody L. 2013. “Gendered Restrooms and Minority Stress: The Public Regulation of Gender and Its Impact on Transgender People’s Lives.” The Williams Institute. 76.
차별을 없애기 위한 방법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게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이용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용변을 보는 것입니다. 본인이 편안하게 느끼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문제되는 일은 없습니다.37
37 트랜스젠더가 성별정체성에 따른 화장실을 이용못하게 하는 경우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국비지원 미용확원에서 트랜스여성 수강생의 여자화장실 이용을 막았다가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21. 10. 27. 선고 2019가소12475 판결.
성별구분없이 누구나 이용가능한 ‘모두의 화장실’을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별에 따른 구분없이 독립적인 화장실이 한 개 또는 여러 개 있는 화장실입니다. 간단하게는 각자의 집에 있는 화장실이나 비행기 화장실을 생각하면 됩니다. 집이나 비행기에서 성별을 구분해서 화장실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해외의 경우 공공기관, 대학교 등에서 모두의 화장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현재 성공회대학교와 카이스트에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38
38 모두의 화장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한국다양성연구소 캠페인 페이지 참조: https://diversity.or.kr/toilet_about
누구나 편안하고 안전하게, 또 평등하게 가장 기본적인 위생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이용을 둘러싼 논의는 누군가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공공 공간을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논의여야 합니다.
트랜스젠더가 화장실을 이용하면 여성과 아동이 위험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현재까지의 연구와 여러 국가의 사례에서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018년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에서 트랜스젠더의 차별 없는 화장실 이용을 보장하는 법이 통과된 전후로 범죄율의 차이는 없었습니다.39
39 Hasenbush, Amira, Andrew R. Flores, and Jody L. Herman. 2019. “Gender Identity Nondiscrimination Laws in Public Accommodations: A Review of Evidence Regarding Safety and Privacy in Public Restrooms, Locker Rooms, and Changing Rooms.” Sexuality Research and Social Policy 16(1): 70-83.
또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성적 목적을 갖고 화장실 등 공공장소에 침입하는 사람을 처벌합니다. 따라서 트랜스젠더이든 아니든 화장실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기존의 법과 제도로 충분히 처벌됩니다.
목욕탕이나 탈의실은 어떻게 하나요
목욕탕이나 탈의실은 화장실과는 달리 타인에게 신체가 그대로 노출되는 공간입니다. 그렇기에 화장실의 문제와는 다소 다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대안은 1인용 목욕탕이나 탈의실을 만드는 것이지만, 모든 시설을 이렇게 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동일합니다.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을 기본으로 하고 누군가가 불편함을 겪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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